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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살인 사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by 구반장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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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살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어요.

2025년 7월 17일, 경북 예천 출신 22세 대학생 박모씨가 "캄보디아 박람회에 참석하겠다"며 출국했다가 8월 8일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지 검안 결과 사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였으며, 시신 곳곳에서 멍과 혈흔 등 고문 흔적이 확인됐어요.
피해자는 같은 대학 선배에게 유인되어 보코산 범죄 단지에 감금됐고, 중국인 범죄조직원들에게 극심한 폭행과 고문을 당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에게는 "5천만 원을 보내면 풀어주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왔죠.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피해자는 '21호'로 불렸으며, 얼굴을 제외한 몸 전체에 피멍이 들고 왼쪽 다리는 뼈가 보일 정도로 건강 상태가 심각했다고 해요. 

현지 경찰은 중국인 3명을 체포해 10월 11일 기소했지만, 시신은 2개월 넘게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급증하는 피해 규모

캄보디아 대사관에 접수된 취업 사기·감금 신고는 아래와 같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 2022년 : 1건
  • 2023년 : 17건
  • 2024년 : 220건
  • 2025년 8월 : 330건

더 충격적인 건 국가정보원이 현재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범죄입니다.

 

범죄 단지의 실상: 3대 단지와 프린스그룹

캄보디아 전역에는 약 50여 곳 이상의 범죄 단지가 운영되고 있어요. 

국제앰네스티가 2025년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도시에서 53개의 사기 범죄 단지가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중국어로 '웬치(园区)'라 불리며, 대부분 태국 및 베트남과 접경한 국경 지역에 위치해 있어요.
그중 프놈펜 인근의 3대 범죄 단지로 꼽히는 곳이 '태자 단지', '원구 단지', '망고 단지'입니다. 

 

 

11°19'47.2"N 104°45'00.8"E · 11.329778, 104.7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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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단지는 프놈펜에서 35km 떨어진 외딴 산꼭대기에 위치하며,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범죄 구역으로 악명이 높아요. 

가장 악명 높은 태자 단지를 운영한 곳은 중국계 캄보디아인 천즈(陳志, 38세) 회장의 프린스그룹이에요.

겉으로는 레저·엔터테인먼트·암호화폐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캄보디아에 최소 10개의 온라인 사기 센터를 운영하며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유인해 감금하고 고문한 뒤 온라인 사기를 강요해 왔습니다.

 

 

더 아이콘 센터 · Phnom Penh Hanoi Friendship Blvd (1019), Phnom Penh, 캄보디아

★★★★☆ · 부동산 중개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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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구단지는 프놈펜 외곽 신개발 지역인 센속에 위치해 있으며, 대형 쇼핑몰 이온몰과 한인 식당들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심 속 외딴 섬'과 같은 곳이죠. 

10월 16일 현지 취재 결과, 원구단지는 성인 키를 훌쩍 넘긴 담장과 철조망, CCTV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11°22'34.2"N 104°45'09.1"E · 11.376167, 104.75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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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남서쪽 약 25km 정도 떨어진 망고 가공 공장으로 쓰였던 건물을 개조한 망고단지라고 칭해지는 범죄만을 위한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미국과 영국의 대응

미국과 영국은 10월 14일 프린스그룹에 대해 전방위 제재에 나섰어요.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그룹을 '초국가적 범죄 조직'으로 규정하고 천즈 회장과 계열사 117곳에 대해 총 146건의 제재를 시행했습니다. 

천즈 회장이 보유한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 7,271개를 몰수할 예정이며, 이는 미국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압류 건이에요. 

영국도 천즈 회장이 런던에 보유한 1,200만 파운드(약 230억 원) 상당의 저택과 1억 파운드(약 1,900억 원) 규모의 사무용 건물, 아파트 17채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중국 범죄조직 삼합회의 지배

시아누크빌은 중국발, 마카오발 자본들의 계획적 카지노 투자로 인해 예전의 백패커 성지라는 명성을 완전히 잃고 범죄의 온상지로 전락했어요. 이곳은 중국계 폭력조직 삼합회 일파인 '14K'와 '선이온(新義安)'의 근거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4K의 지도자는 '부러진 이빨'로 불리는 완 콕코이로, 마카오에서 가장 악명 높은 삼합회 조직 두목이죠.
시아누크빌 해변에서 북동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는 16개 호텔과 카지노가 모인 복합 관광단지가 있는데, 8층짜리 고급 호텔 옆 건물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소유한 사람은 중국에서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직후 도주한 쉬아이민(徐愛民, 63)이에요. 그는 캄보디아로 잠입해 신분을 세탁한 뒤 귀화해 '호텔 사업가'의 탈을 쓰고 범죄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범죄조직의 도피와 이동

10월 16일 새벽, YTN 취재진은 시아누크빌의 대규모 범죄 단지에서 조직원들이 급히 도피하는 모습을 포착했어요. 

현지 당국의 단속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단지 출입구에서 승합차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시아누크빌 교민회장은 "한국 언론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면서 시아누크빌 범죄 조직들이 더 찾기 어려운 곳이나 미얀마,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캄보디아가 범죄 천국이 된 것은 복합적인 역사적 요인 때문이에요. 

1975~1979년 크메르 루주의 폴 포트 정권은 전체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70만~250만 명을 학살하며 국가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법원, 경찰, 교육기관이 모두 무너졌고, 이후 뇌물과 부패가 사회를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죠.
2010년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막대한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시아누크빌은 카지노 도시로 변모했어요. 

그러다 2019년 캄보디아 정부가 온라인 도박을 금지하자, 카지노 시설들은 하루아침에 스캠 센터로 전환되었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 스캠 산업은 연간 125억~190억 달러(약 17조~27조 원)를 벌어들이며, 이는 캄보디아 GDP의 최대 60%에 달한다고 해요.

더욱 심각한 것은 캄보디아 정부 고위층의 묵인과 공모입니다. 

프린스그룹의 천즈 회장은 훈센 전 총리의 경제특별고문 출신이며, 캄보디아 왕실로부터 귀족 작위까지 받았어요.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하는 비용이 200~1,000달러, 구금된 한국인을 다른 범죄조직에 "판매"하는 비용이 3만~4만 달러에 거래되는 등 부패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

한국 정부는 10월 15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어요. 

경찰청,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이 참여한 이 팀은 캄보디아 당국과 수사 협조 및 한국인 송환 절차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10월 16일 0시부터 캄폿주 보코산 지역, 바벳시, 포이펫시에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가 발령되었고, 시아누크빌주는 3단계(출국권고)로 상향 조정되었어요.

 

주의사항

캄보디아로 가는 고수익 일자리 제안은 절대 믿어서는 안 됩니다. 

간판이나 포스터 디자인으로 350~400만 원 등의 제안은 전형적인 납치 수법이에요. 

공항 도착 즉시 여권과 휴대폰을 빼앗기고 범죄 단지로 끌려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지 택시 기사와 경찰까지 범죄조직과 한패인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반세기 전 대학살로 시작된 비극이 부패의 제도화, 외국 자본의 유입, 범죄조직의 장악으로 이어지며 캄보디아는 세계 최대의 범죄 단지가 되었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원과 감시, 그리고 캄보디아 정부의 진정한 변화 없이는 이 악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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