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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교사와 학원강사의 수능 문항 거래 사건, 18억원 규모 비리의 전말

by 구반장 202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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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9일, 한국 교육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검찰 기소로 마무리됐습니다.

수학·영어 분야 유명 강사 현우진·조정식이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문항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인데요.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한국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충격적인 사례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대형 입시학원들이 교사들과 노골적인 계약을 맺었습니다.

강남대성학원 계열사는 11억 원을, 시대인재 모회사는 7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현우진 강사는 현직 교사 3명에게 4억원을 전달했고, 조정식 강사는 8천만 원을 지급하면서 EBS 교재 발간 전 문항까지 요청했습니다.

특히 조정식 강사는 배임교사 혐의까지 받게 됐는데, 이는 공직자가 아니면서도 교육 공정성을 해친 정황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우연처럼 보였던 문항 일치였습니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이 조정식 강사의 모의고사 지문과 정확히 일치하면서 의혹이 불거졌고, 감사원의 집중 조사로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교사와 학원 강사 간 뒷거래라는 의심이 현실로 드러난 순간이었죠.

 

더 충격적인 건 적발 규모입니다.

감사원의 2025년 감사 결과 248명의 현직 교사가 6년간 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제작·판매하며 212억 9천만 원을 수수했습니다.

문항당 10만원에서 50만 원의 수당이 오갔고, 일부 교사는 단건 거래로만 2억 6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수능 출제 경력이 있는 교사 9명은 아예 문항제작팀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했으며,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제를 자신의 학교 내신 시험에 재활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16명의 교사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속이고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동시에 문항을 판매했습니다.

이는 출제 과정의 공정성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국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를 알아야 합니다.

2024년 사교육비는 29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참여율은 80%에 달했습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천원이며, 실제 참여 학생 기준으로는 59만 2천 원입니다.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사교육비는 증가했다는 점이 역설적입니다. 지역별 격차도 심각해서 서울 학생의 사교육비는 67만 3천 원으로 전남의 32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검찰은 12월 29일 현우진·조정식 강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시대인재 모회사와 강남대성연구소도 법인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전현직 교사 35명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수능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비정상적인 답합으로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킨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제진 인력풀 관리를 체계화하고, 출제 중 유사성 검증을 강화하며, 이의심사 절차를 투명하게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가 29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평가원이 2023학년도 영어 문항 출제 후 교차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해졌습니다.

개인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국 교육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되돌아보고, 공교육 강화와 대입제도 개선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는 강사들이 문항을 미리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학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사건은 계속 반복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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