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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넷플릭스 '굿뉴스': 1970년 김포공항 위장 작전의 실화를 아시나요?

by 구반장 202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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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굿뉴스를 보셨나요?

개봉과 동시에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닙니다.

1970년 김포공항에서 실제로 벌어진 놀라운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죠.

네이버 영화 평점 8.09점,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설경구·홍경·류승범, 완벽한 삼각 구도

'굿뉴스'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 역을 맡은 설경구는 해맑은 표정 뒤에 냉철한 계산을 숨긴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냅니다.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만큼 완벽한 케미를 보여주죠.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의 홍경은 출세욕과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청년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의 류승범은 전형적인 권력자가 아닌 독특한 개성의 캐릭터를 완성했고요.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한 조연진입니다.

특별출연한 전도연은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우아한 손짓과 표정으로 카리스마와 코믹함을 동시에 보여줬죠.

평양 관제사 '려돌찬' 역의 박해수는 서고명과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박영규(비서실장), 윤경호(영화감독), 현봉식(공군참모총장) 등이 개성 강한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야마다 타카유키, 카사마츠 쇼, 시이나 킷페이 등 일본 배우들도 한국 배우들과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이뤘습니다.

각자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1970년대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했습니다.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의 전말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 사건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1970년 3월 31일 오전, 도쿄 하네다 공항을 출발한 일본항공 보잉 727 여객기 요도호가 공중에서 납치되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항공기 납치 사건이었죠. 승무원 7명과 승객 122명, 총 129명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었습니다.

범인들은 일본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 소속 활동가 9명이었습니다.

일본도와 권총, 폭탄으로 무장한 채 승객들을 협박했죠. 처음에는 쿠바 아바나행을 요구했지만, 국내선 항공기의 항속거리 문제로 북한 평양으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후쿠오카 이타즈케 공항에 비상 착륙한 요도호는 기장의 설득으로 여성과 노인, 어린이 등 23명을 석방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06명의 인질을 태운 비행기는 다시 북쪽을 향해 이륙했고, 일본은 평양 도착을 지연시키기 위해 부정확한 비행 정보를 제공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김포공항의 전설적인 평양 위장 작전

요도호는 38선을 넘었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영공 안에 있었습니다.

공군 제7항로보안단 소속 채희석 관제사가 평양 관제사로 위장해 요도호를 김포국제공항으로 유도한 것입니다.

채희석 관제사는 중앙정보부장 김계원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습니다.

"잘 듣게, 조금 있으면 일본에서 비행기 한 대가 넘어올 것이다. 그 비행기를 무조건 김포공항에 착륙시켜라. 이는 각하의 지시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직접 지시였던 것입니다.

채희석 관제사는 평양 진입 관제사인 것처럼 연기하며 요도호를 서해 한가운데로 유인한 후, 방향 구분이 안 되는 상태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게 했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적군파 대원들은 1970년 3월 31일 오후 3시 16분,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위장 작전은 김포공항의 모든 태극기와 UN기를 철거했고, 공수부대원들에게 북한 인민군 복장을 입혔습니다.

'평양 도착 환영'이라는 플래카드까지 준비했죠.

원색의 치마저고리를 입고 꽃다발을 든 여인들과 인민군 복장에 다발총을 든 군인들이 배치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장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범인들이 공항 건물의 환송객들을 보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김일성 사진과 인공기를 요구했습니다.

결정적으로 범인 중 한 명이 영어로 "여기가 서울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주변 군인이 "Yes!"라고 대답하면서 위장이 들통났습니다.

야마무라 차관의 희생과 인질 석방

김포공항에서의 대치는 3일간 계속되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처음 영어로 교섭을 시도했지만 범인들의 영어 실력이 부족해 일본어로 전환했습니다.

범인들은 엔진 재가동을 위한 보조 시동기를 요구했지만 한국 측이 거부하면서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묶여 있었습니다.

한국의 정래혁 국방부 장관, 백선엽 교통부 장관, 박경원 내무부 장관이 협상에 참여했고, 일본에서는 야마무라 신지로 운수성 정무차관이 3월 31일 저녁 특별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긴박한 협상 끝에 범인들은 승객 전원을 석방하는 대신 야마무라 차관을 인질로 맞교환하는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79시간 만인 4월 3일 오후 6시 5분, 범인 9명과 조종사 3명, 야마무라 차관을 태운 요도호는 김포공항을 이륙해 오후 7시 20분경 북한 미림 비행장에 도착했습니다.

김포공항에서 해방된 99명의 승객들은 일본항공 특별기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며 4일 만에 가족과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북으로 간 적군파의 운명

북한 도착 후 무장 해제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범인들이 들고 있던 일본도와 권총, 폭탄이 모두 장난감이었던 것입니다.

실제 무기가 아니었음에도 129명의 생명을 위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북한은 처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승무원과 기체를 돌려보내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꿔 일본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입장을 번복해 다음 날 야마무라 차관과 조종사들은 요도호를 타고 무사히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에게 큰 외교적 성과를 안겨주었습니다.

북한으로 망명한 적군파 조직원들은 '세계혁명 동지'로 환영받았지만, 실제로는 조선노동당의 관리하에 주체사상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2025년 현재까지 북한에 거주하며 국제 지명수배 중입니다.

잊혀질 뻔한 영웅, 채희석 관제사

요도호 납치 사건은 일본 항공법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대테러 부대 창설의 필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특히 김포공항 위장 작전의 숨은 영웅 채희석 관제사는 당시 정부가 사건 개입을 부정하면서 오랫동안 자신의 공헌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사건 3일 후 공군 본부로부터 "요도호 사건 이야기를 일체 하지 마라. 만약 말하면 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습니다.

'인질 대신 차관'으로 영웅이 된 야마무라 차관은 농림수산성 장관까지 지냈지만, 과도한 관심에 시달리다 퇴직한 기장이나 한참 후에야 세상에 알려진 채희석 관제사와는 대조적인 운명을 겪었습니다.

역사 속에서 빛나는 활약을 했지만 잊힐 뻔했던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넷플릭스 '굿뉴스'는 바로 이런 이야기를 블랙코미디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 사건이 더욱 극적이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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