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차세대 주인공으로 불렸던 전기차. 하지만 2025년 들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급회전, 중국의 과잉생산, 유럽의 규제 완화까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예측 불가능한 소용돌이에 빠졌습니다.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700만 대로 신규 자동차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했지만,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되었습니다.
2026년을 앞두고 자동차 산업은 뜨거운 감자 앞에 섰는데요. 지역별 전기차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들여다보며, 한국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방향을 짚어봅니다.
미국 시장, EV 캐즘에 빠지다
2025년 10월부터 미국에서는 전기차 시대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였던 세액공제 7,500달러가 사라졌습니다. 이는 단순 보조금 폐지가 아닙니다. 전기차 구매가 실질적으로 1,000만 원 이상 비싸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 산정에서 전기차를 제외하고,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완화하며, 내연기관 중심 정책으로 회귀했습니다.
정책 급회전이 얼마나 파괴적인지는 판매 수치에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2025년 북미 지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 급락했습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13.5만 대로, 전년 대비 겨우 2% 증가에 불과합니다.
혼다는 2027년 예정이던 대형 전기 SUV 개발을 중단했고, 포드는 간판 차종인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시장의 급락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LG엔솔과 SK온은 테슬라와 포드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SK온은 미국 포드와의 배터리 합작 법인을 2025년 11월 해체했으며, 엘앤에프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 승자와 패자로 갈리다
전 세계 전기차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도 결코 편하지 않습니다. BYD의 2025년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6% 급감했습니다. 매출은 3.05% 감소했으나 수익성의 악화는 한층 가팔랐습니다. 원인은 정부 지원 정책 축소, 과잉생산으로 인한 출혈 경쟁, 원자재 가격 변동과 환율 영향, 2026년형 모델 출시를 앞둔 재고 정리 등 복합적입니다.
다만 긍정적 신호도 있습니다. BYD는 해외 판매에서 132% 급증을 기록했습니다. 누적 판매량이 70만 대를 돌파했으며, 2026년 수출 목표를 160만 대로 높이고 있습니다. BYD는 2026년 560만 대 판매 목표를 설정하고 초고속 충전 기술과 신모델로 반등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편 지리와 샤오미 같은 신흥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중국 내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 규제 완화 속 불확실성에서 성장
미국과 달리 유럽은 비교적 견조합니다. 2025년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고, 누적 판매 342.5만 대로 전년 대비 29%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에 달합니다. 특히 한국 자동차 기업들이 두각을 보였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2025년 11월 전기차 판매는 합산 2.2만 대로 51% 급증했으며, 시장점유율도 8.2%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보면 상황은 복잡합니다. 유럽연합이 2035년까지 내연기관 완전 퇴출 목표를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계획은 2035년부터 탄소 배출량 100% 감축이었으나, 변경된 계획은 2021년 대비 90% 감축으로 내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가 지속 가능해졌습니다.
보펑케 호크스트라 EU 기후·탄소중립 담당 집행위원은 "제조사들이 효율적인 방식으로 CO₂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은 2026년 30억 유로 규모의 전기차·하이브리드 보조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규제 완화와 동시에 지원책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 기회와 도전의 중심에 서다
2025년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약 12% 내외로 추정되며, 2026년에는 15~18%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급격한 성장보다는 정책과 시장 여건에 따라 완만한 확대 추세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2026년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으며,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허용 등 각종 지원 정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유럽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6년 아이오닉 3을 출시할 예정이며, 기아도 EB4부터 시작해 EB5 등 신차를 잇달아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중저가 세그먼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유럽의 가격 민감한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직면한 상황은 역설적입니다. 미국 시장의 축소는 단기 악재이지만, 동시에 기업들의 구조 조정과 신사업 진출 기회를 제공합니다. 2026년 주목할 변수는 자율주행 시장입니다. 테슬라가 2026년 4월부터 사이버캡 양산을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배터리 수요 변화가 예상됩니다. 또한 AI 데이터 센터용 ESS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2026년 전기차 산업, 정책이 시장을 결정한다
전기차 산업은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 방향과 시장 여건이 핵심 변수가 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전기차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배터리 성능도, 주행거리도 아닙니다. 정책의 일관성과 시장 신뢰도입니다.
2026년은 전기차 산업이 우상향 성장을 당연히 여기던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해가 될 것입니다. 대신 지역별·업체별 격차가 심화되고, 정책이 시장을 결정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정책 급회전은 한국 기업들에게 단기 악재이지만, 유럽 시장 공략과 해외 신사업 진출은 새로운 기회입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것은 기술이 아닙니다.
정책 변화를 읽고, 시장의 흐름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사업 모델을 빠르게 구축하는 민첩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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