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24를 비롯한 주요 정부 서비스가 마비됐습니다.
95일간의 긴 복구 과정 끝에 12월 30일 완전히 정상화되었지만, 이번 사건은 한국 공공 IT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4,000억원을 투입해 근본적인 시스템 재설계에 나섰습니다.
화재의 발생과 원인
화재는 대전광역시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 이설 작업 중 발생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작업자들이 배터리 모듈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절연 조치 없이 작업을 진행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384개가 전소되고 서버 740대가 손상되었으며, 관련자 19명이 검찰에 송치되었습니다.
이번 화재로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총 709개에 달합니다. 정부24, 국민신문고, 인터넷우체국, 나라장터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핵심 서비스가 일시에 중단되었습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둔 시점이어서 세금 납부, 서류 제출, 우편 배송 등에서 시민 불편이 극심했습니다.
95일간의 복구 과정
정부는 화재 다음날부터 정부·민간 인력 800여명을 투입해 복구에 착수했습니다.
9월 28일 모바일신분증 등 28개 시스템을 시작으로, 9월 29일 정부24와 인터넷우체국 등 46개 시스템이 복구되었습니다.
10월 7일에는 163개 핵심 서비스 대부분이 정상화되었고, 12월 30일 마침내 709개 전체 시스템의 완전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복구가 이처럼 오래 걸린 근본 원인은 시스템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모든 시스템이 하나의 중앙 인증 서버에 의존하는 단일 인증 체계, 수십 년 전 설계로 만들어진 복잡한 시스템 연계, 그리고 국가 전산망의 3분의 1 이상이 대전 본원에 집중된 구조가 문제를 키웠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시스템의 장애가 전체 서비스 중단으로 확대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4,000억원 투입한 근본적 재설계
행정안전부는 2026년도 예산으로 약 4,000억원을 투입해 공공 IT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긴급 복구 장비와 민간 클라우드 전환에 490억원, DR 시스템 개선과 대전센터 단계적 이전에 3,434억원이 배정되었습니다.
핵심은 '액티브-액티브(Active-Active) DR 방식' 도입입니다. 기존 액티브-스탠바이 방식은 주 센터 장애 시 보조 센터가 대신 시작하기까지 1-2시간이 소요되지만, 액티브-액티브 방식은 주 센터와 보조 센터가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 발생 시 수초 이내에 자동으로 전환됩니다. 정부는 인터넷우체국 등 13개 핵심 시스템에 2,120억원을 투입해 이 방식을 우선 도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민간 클라우드 기반 재해복구 체계를 구축합니다.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클라우드 등 민간 사업자를 활용해 다중 지역 백업으로 지역 재난에 대비하고, 자체 구축 대비 30-40%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공공 DR 시장의 변화
이번 화재는 산업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그동안 DR은 문제가 없으면 비용만 발생하는 영역으로 인식되어 투자가 미뤄져 왔지만, 이제는 필수 투자처로 전환되었습니다.
2024년 약 100억원이었던 공공 DR 예산이 2025년에는 약 3,500억원으로 3,50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의 변화
정부는 단계적 개선 계획을 추진합니다.
2026년에는 13개 핵심 시스템의 액티브-액티브 구축을 완료하고, 노후화된 대전 본원을 백업 역할로 전환하며 주요 시스템을 대구·광주센터와 민간 클라우드로 분산합니다.
2027년 이후에는 AWS,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본격화합니다.
국가AI전략위원회 산하 'AI 인프라 거버넌스·혁신 TF'는 다음 달 중 단일 인증 체계의 분산 인증 전환, 시스템 종속성 최소화,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도입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남은 과제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예산 5,747억원 대비 최종 확정 예산이 3,434억원으로 약 60% 수준에 그쳤습니다.
업계는 단발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예산 확보를 강조합니다.
또한 현재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율이 10% 수준에 불과해 보안 등급 체계와 CSAP 규정 등 규제적 장벽을 개선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성을 담보하려면 데이터센터 전용 건물로의 이전과 같은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95일의 복구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정부가 4,000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근본적 재설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2027년경에는 어느 한 지점의 화재나 장애가 국가 서비스 전체를 마비시키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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