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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 vs 오라클 쇼크, 2025년 실적만 사는 AI 빅테크

by 구반장 2025.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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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미국 증시에서 명백한 신호가 터졌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 중에서 실적을 낸 기업만 살아남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같은 날 발표된 두 뉴스가 그 증거입니다.

한쪽에서는 오라클의 100억 달러 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무너졌고, 다른 쪽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AI는 거품론과 기대론을 오가며 나스닥 선물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말이 아닌 숫자로 말하라'는 것입니다.

오라클 데이터센터 쇼크의 의미

2025년 12월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오라클이 미시간주에 건설 중인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핵심 투자자인 블루아울 캐피털이 투자를 철회했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하드웨어 건설이 아니었습니다.

오픈AI의 차세대 AI 모델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였고,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 확장 전략의 중추였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AI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입니다.

블루아울 캐피털은 본래 이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AI 투자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대출 기관들이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자 부담이 커진 블루아울은 발을 뺀 것입니다.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투매가 쏟아졌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월 17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81% 급락했고, 주요 AI 빅테크 주가들도 일제히 곤두박질쳤습니다.

더 심각한 신호는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50bp까지 올라간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과 같습니다.

블룸버그는 이 현상을 날카롭게 진단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다는 조짐만 있어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공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경고했습니다.

"내년에도 AI 거래가 계속될 여지가 있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버블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이크론 어닝 서프라이즈의 명암

하지만 같은 날 정반대의 신호가 나왔습니다.

반도체 업계의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였습니다.

마이크론은 2026년 1분기 매출 136억 4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인 129억 5천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조정 EPS는 4.78달러로 시장 전망치 3.95달러를 21% 상회했고,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56% 증가했습니다.

특히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66%, 영업이익률은 55%에 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을 의미합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콘퍼런스 콜에서 "공급 부족과 더불어 지속적이고 강한 수요가 시장 상황을 타이트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분기 전망입니다. 마이크론은 2분기 매출을 183~191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인 143억 8천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는 우연이 아닙니다.

AI 개발 열풍으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특히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빅테크 생존 게임의 핵심

이 두 뉴스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2025년 AI 빅테크 경쟁은 이제 '과연 돈을 버는가?'라는 냉정한 질문으로 수렴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시장은 AI 거품론을 반복했습니다.

1월에는 중국의 가성비 AI 모델 딥시크 쇼크가 있었고, 8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AI주 과열론이, 11월에는 마이클 버리의 AI 거품론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의 관심은 변했습니다.

오라클 같은 대형 기술 기업도 과도한 AI 투자에 대한 신용 평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고, 마이크론 같은 기업은 실제 실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AI 빅테크 간의 경쟁 구도 변화입니다.

구글이 12월 초 제미나이 3을 출시하며 오픈AI를 밀어붙이자, 오픈AI는 불과 한 달 만에 GPT-5.2를 출시했습니다.

오픈AI는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최고 긴급 상황)를 선언했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chatGPT의 트래픽 점유율이 1년 전 87%에서 최근 71.3%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GPT-5.2는 즉답, 사고, 프로 3가지 모드로 기존 버전과 차별화되었고, 성능 테스트에서 제미나이 3을 능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은 AI 모델 개발 조직과 자체 AI 칩 개발 조직을 통합했습니다.

이는 오픈AI·구글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아마존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 노바와 자체 개발 칩 트레이니엄을 연계해 기업 고객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입니다.

2026년 AI 빅테크 투자 전략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구글과 메타의 손잡기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메타가 개발한 AI 칩 구동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파이토치를 구글의 AI 칩 TPU에 최적화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90%가량 점유한 엔비디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메타는 최근 구글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TPU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 이상 "AI에 투자한다"는 명분만으로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오라클의 사례처럼, 투자 규모가 아무리 크더라도 수익성과 회수 계획이 분명해야 합니다.

2026년, AI 빅테크 생존의 관건은 더 이상 기술력이 아닙니다. 바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만드는 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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