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102가지 색으로 담은 첫 우주지도 공개

 

2025년 12월 19일, 한미 합작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성공적으로 관측한 첫 번째 전천지도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번 공개는 단순한 우주 사진을 넘어, 인류 최초로 102가지 적외선 색상으로 분광한 우주지도라는 점에서 과학사에 의미 있는 순간이죠.

우주 관측의 새로운 패러다임

허블 우주망원경이 특정 천체를 자세하게 관측했다면, 제임스 웹은 특정 영역을 깊이 있게 탐사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스피어엑스는 우주 전체를 한 번에 넓은 시야로 관측하면서도 102개의 서로 다른 파장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입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쉽게 말하면 하늘 전체를 한 번에 찍으면서도 각 별과 은하의 상세한 '지문'을 동시에 채취하는 셈이죠.

한국 과학기술의 저력

스피어엑스는 2025년 3월 12일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했습니다.

여덟 차례나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홉 번째 시도 만에 성공을 거뒀고요.

발사 후 약 37일간의 초기 운영을 거쳐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한다는 사실입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총괄하는 이 프로젝트에 한국 과학자들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는 건 우리나라 우주과학 기술력의 성장을 보여주는 증거죠. 스피어엑스의 핵심 기술인 선형분광필터는 한국 과학자들이 중요하게 기여한 부분으로, 6개의 검출기에 장착된 이 특수 필터가 무려 102개의 파장대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게 만듭니다.

60만 장 이미지로 완성한 우주 지도

스피어엑스는 하루에 지구를 약 14.5바퀴 공전하며 매일 약 3,600장의 이미지를 촬영합니다.

6개월간 축적된 이미지가 60만 장을 넘었고, 이 방대한 데이터를 디지털 방식으로 합성해 360도 전천 모자이크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공개된 전천지도는 가시광 색상으로 변환된 이미지인데요.

스피어엑스가 관측하는 적외선 파장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이미지 속 파란색·녹색·흰색은 별들의 적외선 방출을 나타내고, 파란색은 뜨거운 수소 가스에서 나오는 적외선 빛, 빨간색은 우주먼지의 적외선 신호를 보여줍니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

각 파장은 은하와 별, 별탄생 지역, 먼지 구름 등 천체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고유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별이 밀집된 먼지 구름의 위치와 거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수억 개에 달하는 은하의 거리를 더 쉽게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우주의 3차원 분포를 지도화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죠.

스피어엑스 전천 관측 자료는 다양한 우주 연구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 우주의 역사와 은하의 형성·진화 과정 규명
• 생명체 기원의 단서가 되는 물과 얼음의 분포 탐사
• 별과 행성계의 형성 메커니즘 연구
• 활동성 은하핵과 태양계 소천체 등의 미지 천체 발견

특히 우주얼음 연구는 생명체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한국이 참여한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의 관측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우주얼음, 활동성 은하핵, 태양계 소천체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년간의 추가 관측 계획

현재 공개된 전천지도는 스피어엑스 임무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국제 공동 연구팀은 주 임무 기간인 2년 동안 세 번의 전천 관측을 추가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측정 감도가 향상된 3차원 통합 지도를 완성할 예정이며, 데이터의 정확도와 깊이가 훨씬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처리된 전체 데이터가 과학자와 일반 대중에게 무료로 공개된다는 점입니다.

NASA/IPAC 적외선 과학 아카이브(IRSA)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는 전 세계 천문학자들에게 새로운 발견의 보고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피어엑스는 단순한 우주망원경을 넘어 한미 우주 협력의 상징입니다.

2024년 5월 27일 출범한 한국 우주항공청과 NASA가 함께 그려나가는 우주탐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