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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대응 전략

by 구반장 202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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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며 '생산 강국'이라는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대응 전략 보고서는 우리가 믿어왔던 제조업의 위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화려한 생산 실적 뒤에 가려진 구조적 취약점은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5가지 핵심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https://www.prism.go.kr/homepage/asmt/popup/1790049-202500016

로봇 활용 1위, 로봇 제조는 꼴찌

한국의 공장 자동화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012대가 배치되어 세계 평균(162대)을 압도하는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봇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정작 로봇을 만드는 산업의 경쟁력입니다.

주요 6개국 대상 평가에서 한국은 72.9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5위인 중국(79.4점)에도 뒤처진 결과입니다.

로봇의 핵심 부품인 모터, 감속기, 제어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일본 화낙·야스카와, 독일 지멘스 등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잘 '사용'하는 것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한국은 전자는 탁월하지만 후자는 취약한 전형적인 불균형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생산은 최강, 설계와 소재는 약점

한국 제조업의 가장 큰 특징은 가치사슬에서 '생산' 단계에만 경쟁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개발, 설계, 핵심 소재 같은 상위 단계와 수요, 서비스 같은 하위 단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반도체 분야를 보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산업도 비슷합니다. 중대형 배터리 셀 생산 능력은 세계 최고지만,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같은 4대 핵심 소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특히 원가 비중이 가장 큰 양극재의 수입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불균형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시 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됩니다.

생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심 소재 공급이 막히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산업의 진짜 위기는 소프트웨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 역량은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로의 전환입니다.

미래 자동차의 경쟁력은 엔진이나 차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서 결정됩니다.

보고서는 이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단순히 개발자 채용 문제가 아닙니다.

현대자동차가 기업 구조를 'SDV 개발 체제'로 전환하고 있듯이, 자동차 회사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무리 잘 만든 하드웨어도 그 안을 채울 소프트웨어가 부실하면 경쟁력을 잃습니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를 뒤흔든 이유도 바로 소프트웨어 역량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추격자가 아니다

중국을 '저비용 경쟁자'로만 보는 시각은 이제 낡았습니다. 여러 산업에서 중국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거나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은 R&D·설계부터 생산, 수요까지 가치사슬 전 영역에서 한국을 압도합니다. 조선업에서는 압도적인 규모를 바탕으로 한국 업체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산업용 로봇 종합 경쟁력도 중국(79.4점)이 한국(72.9점)을 앞섰습니다.

이제 특정 기술 우위만으로는 중국의 도전을 막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경쟁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조선업,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조선업은 가스운반선, 친환경 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는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장기적 경쟁력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한국 조선업의 가장 큰 약점은 애프터마켓(AM) 서비스 시장 경쟁력입니다. 선박 인도 후 수리와 개조가 이루어지는 이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거의 없습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이 52,000건 이상의 선박 수리를 처리하는 동안 한국은 4,400여 건에 그쳤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배를 만들어도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부실하면 경쟁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중국의 규모 경쟁도 계속되는 압박 요인입니다.

진정한 강국으로 가는 길

보고서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과거 한국의 성공을 이끈 '생산 중심' 모델이 이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계, 핵심 소재, 소프트웨어 같은 가치사슬의 다른 영역에서 취약점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부족한 R&D, 설계, 소재,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한다면 진정한 산업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생산 강국을 넘어 '가치사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다음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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