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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완독한 세계 최고 난제 소설, '피네간의 경야'의 모든 것

by 구반장 2025.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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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난해함, '피네간의 경야'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17년간 집필'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는 1939년 출판 이후 "세계에서 가장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책은 그토록 유명할까요?

이 소설은 60개 이상의 언어가 뒤섞여 있고, 조이스가 직접 창조한 신조어로 가득합니다.

일반적인 문법과 논리 체계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영어 원어민조차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고려대학교 김종건 명예교수는 이 독특한 언어 체계를 "우주어" 또는 "경야어"라 명명하며, "50%는 영어, 50%는 신조어"라고 설명했습니다.

불가능에 도전한 28년의 독서 여정

2023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베니스의 한 독서 모임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1995년부터 무려 28년 동안 읽어온 '피네간의 경야'를 마침내 완독 한 것입니다.

모임의 주최자가 40대 초반에 시작한 이 모임은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혼자서는 절대 읽을 수 없으니, 함께 모여 매달 조금씩 읽자"는 것이었죠.

매달 1-2페이지씩 읽기로 결정한 이들은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모임을 이어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요?

이라크 침략이 일어났고, 아이폰이 출시되었으며, 7명의 미국 대통령이 교체되었습니다.

모임 참가자는 12세부터 98세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했고, 어떤 이는 산디에이고에서 3시간을 운전해 매달 참석했습니다.

회원들 중 일부는 오래 머물렀고, 어떤 이는 세상을 떠났으며, 또 다른 이들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Zoom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수십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모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3년 10월 3일, 마지막 페이지를 읽는 날이 왔습니다.

주최자는 참가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함께 한 번의 의식적인 숨을 쉬세요." 12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Zoom에 접속해 숨을 고르고, 돌아가며 마지막 페이지를 낭독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첫 문장과 연결되도록 설계되어 있어, 끝이 곧 시작입니다.

그래서 11월, 이들은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신을 본 것 같지는 않았어요. 별로 큰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참가자 중 회계사는 "조이스를 읽는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 말했고, 70세 노인은 "조이스는 내 집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간으로서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겁니다."

한국 번역의 30년 대장정

한국에서 '피네간의 경야' 번역은 한 사람의 집념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김종건 명예교수는 1974년부터 이 작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매달 원문 한 페이지당 사전을 100번 이상 찾아야 했습니다.

페이지당 평균 40개의 주석을 달아야 했고, 최종적으로 11,700개의 주석을 작성했습니다.

김 교수는 번역 과정을 "악마의 언어에 결박당할 위험"이라 표현할 만큼 고된 작업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2002년, 드디어 한국어 번역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네 번째 번역이었으며, 일본보다 9년 늦은 완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너무 어려워 한국의 지식인들마저 기피합니다.

김종건 교수의 번역을 읽는 것은 "조이스의 원작이 아닌 김종건의 해석을 읽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드커버의 두께와 방대한 주석 때문에 "논문집으로 착각할 정도"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완독한 한국 독자들은 경외감을 표현합니다.

한 문화 평론가는 "조이스를 경외하며, 이를 한국어로 번역한 김종건을 경외한다"며 "이 책은 우주의 언어가 되고, 한국어가 지구의 언어가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피네간의 경야'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이 소설은 더블린의 술집 주인 허프리 어위커가 하룻밤 동안 꾸는 꿈의 이야기입니다.

꿈속에서는 시간이 왔다 갔다 하고,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며, 장소가 순식간에 바뀌고,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조이스는 한 인간의 무의식을 600페이지에 그대로 펼쳐놓은 것입니다.

조이스의 목표는 "모든 인류의 역사를 한 밤의 꿈 안에 집약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화는 그리스어로, 종교는 라틴어로, 역사는 여러 언어로, 민속은 아일랜드 켈트어로 표현하며 "세계 문화의 용광로"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경야어"는 두 개 이상의 단어를 섞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합니다.

예를 들어 "hombombe"는 home(집), womb(자궁), tomb(무덤)를 결합해 "집에서 태어나고 집에서 죽는다"는 의미를 담았고, "laughtears"는 laugh(웃음)와 tears(눈물)를 합쳐 "웃으면서 우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책의 구조도 독특합니다.

마지막 문장이 완성되지 않고 첫 문장이 이를 마무리하도록 설계되어, 끝이 곧 시작이 되는 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이는 "역사는 순환하고, 인간은 계속 반복되며, 끝과 시작은 없다"는 조이스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1964년 물리학자 머레이 겔만이 새로운 기본 입자를 발견하고 이름을 지을 때, '피네간의 경야'의 "Three quarks for Muster Mark"라는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quark(쿼크)"라 명명했다는 것입니다. 소설이 과학 용어를 만든 유일한 사례입니다.

조이스는 "이상적인 독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17년을 들여 썼으니, 독자도 17년을 투자해 읽기를 바란다." 한 비평가는 완독 후 "언어 자체에 깨어났고, 다시는 잠들 수 없게 되었다"고 표현했습니다.

'피네간의 경야'는 단순한 소설이 아닙니다.

17년 인내의 결과이자, 세계 모든 문화를 담은 보석상자이며, 언어의 한계를 깨뜨린 실험이자, 과학 용어까지 만든 불멸의 작품입니다.

캘리포니아 독서 모임처럼, 이 책은 혼자가 아닌 함께, 천천히, 오랫동안 읽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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